잠이 잘 오지 않는다. 낮잠을 자면 밤에 제대로 못 잠들거란 걸 알면서도, 낮잠을 끊기가 어렵다. 밤에는 열 시간을 넘게 자도 피곤하다. 머리도, 몸도 습기가 찬 것 같이 찌뿌듯하다. 그런데 낮에 자면 피곤이 말끔하게 사라진다. 그래서 낮잠을 서너시간씩 자게 되는 것 같다.
낮에 그렇게 잔 날에는 밤에 안졸리면 좋겠는데, 밤이 되면 또 졸리다. 생체 시계가 이상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2.
침대에 누워서 슬며시 잠이 들어야겠다.
3.
사람과의 어중간한 관계가 싫다. 타인이면 타인, 친구면 친구. 애매모호한 그 경계의 사람들이 내게는 너무 무겁다. 그리고 그 무게를 견딜 애정도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압박감을 느끼지만, 사랑하기에 감내할 수 있는 무게다.
어두운 방 안에서 라면을 먹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라면이 아니라, 다른 재료를 먹으려는데 방법이 없어서 라면과 스프를 넣어 끓이고 있었다. 대가리만 크고 몸통은 없는 새우가 들어 있었다. 먹으려고 하는데 만화책에서 본 인물이 와서 요리가 잘못됐다고, 다른 방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다른 방에 가도 텔레비전은 무용지물이었다. 그 와중에 만화 캐릭터가 그릇을 쏟았다. 캐릭터는 내용물을 손으로 긁어모아 다시 집어 넣었다.
새로운 방으로 갔다. 거기도 어둡긴 마찬가지였다. K가 있었다. 그 옆에 앉아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야기를 했다. 이수만이 여는 콘서트가 곧 시작한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이수만 사이트에 접속해, 연예인들의 스케쥴 일정표를 보았다. 여러 명의 연예인이 있었고 그 중에서 보아가 있었다. 연예인들의 스케쥴표를 보고, 하루에 반 이상을 자냐고 깔깔거렸다. 스케쥴 표는 식사와 수면 밖에 없었다. 다이어트 식단이었다.
문을 열고 나갔다. 무대의 뒤편이었다.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들(어떤 남자는 긴 멜빵바지를 입고 있었다) 피아노 실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무대 뒤 커튼에 숨어서 그것을 지켜보았다. 곧 막이 오르고 불이 켜졌다. 사람들이 객석에 앉아 있었다. 피아노줄에 매달려있던 것은 배우들이었다. 배우들은 무대로 내려와 연극을 하기 시작했다. 김정일이 뒤에서 그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배우들이 하는 연극은 다소 애국적인 내용이었다. 약간 유치하고 조잡해보였다. 뒤에서 구경을 하던 나는, 내가 커튼 밖에 서있다는 것을 알고 슬금슬금 안으로 들어왔다. 발로 되어 있는 커튼 사이로 연극을 구경했다. 그런데 그 뒤편엔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한 중년의 여자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겁을 먹고 있는데, 그 여자가 나를 억지로 무대 위로 올려보냈다. 갑작스레 난입한 나 때문에 연극의 내용이 꼬여가고 있었다. 그래도 임기응변으로 잘 마무리를 했다.
연극을 끝내고 배우들과 어울려 집으로 가던 도중, 지하철에서 갈라지게 되었다. 어떤 남자가 자기는 여기에서 내려야 한다고 말했고 나는 어디서 내리냐고 물었다. 나는 어떤 역에서 내린다고 말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역과는 거리가 멀어서 만날일이 없을 거라고도 말했다.
역에서 내린 나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았다. 옛날에 살던 동네로 오라는 연락이었다. 시간 제한이 있었다. 나는 환승을 하기 위해 역정보를 찾았다. 내가 있던 역의 표지판에는 ooxx라고 적혀 있었다.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려는데 자판에 o는 없고 0이나 ㅇ, θ 밖에 없었다. 지하철 노선도로 직접 확인을 하려했는데, 막상 확인하려니 역이 나와 있지 않았다.
여러 사람과 통화를 하고 가까스로 목적지에 내렸다. 환승을 하기 위해 뛰어갔다. 내가 탄 버스의 기사는 덩치 좋은 흑인이었다. 자리에 앉았다. 뒷자리에 있는 2인용 좌석에 노홍철이 앉아 있었다. 뭔가를 갖고 있었다(패션에 관련된 것). 자기의 목숨과도 같은 것이라 절대로 줄 수 없다며 호탈하게 웃었다. 노홍철과 대화를 하고 있던 한 남자는 지겹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남자는 루니를 닮은 외국인이었다. 노홍철은 자기 때문에 시끄러웠냐며 사과했다.
남자는 개를 안고 있었다. 내가 치근덕거린건지 노홍철이 치근덕거린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개는 내 개니 건들지 말라고 화를 냈다. 다른 자리로 가서 크고 북실북실한 카페트를 깔더니 자기의 개를 앉혔다. 카페트는 2인용 좌석과 그 아래 발치도 다 덮을만큼 컸다.
버스 기사가 난폭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버스 기사가 내게 호의를 베풀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긴 생머리에 안경을 쓴 여자도 있었다. 머리가 답답해보였다. 그 여자도 기사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사는 귀찮은 눈치였다. 버스 회사에 칭찬 카드라도 보낼까 하고 버스 내에 비치된 엽서란을 보았다. 기사의 한국식 이름과, 이 남자의 주의사항등이 적혀 있었다.
앞창문에서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앞을 보니 먼저 내렸던 여자가 웃으며 노크를 하고 있었다. 엄지와 검지를 구부려 반 쪼가리 하트를 만들고 있었다. 기사는 여전히 귀찮은 눈치였다. 나도 하트를 만들어 창문에 가져다 댔다. 손가락이 닿았을 때, 여자의 손가락이 거꾸로 뒤집혀져 있어서 하트가 어긋나고 있었다. 여자는 웃으며 가버렸다.
버스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장소는 내가 옛날에 살던 아파트 근처였다. 급하단 생각도 들지 않아서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앞을 보니 2층정도 되는 높이에 사람이 서 있었다. 여자가 올라선 곳은 거대한 철판이 사방을 막고 있어서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여자의 주위에는 철조망이 둘러져 있었다. 노파는 소리를 악악 지르고 있었다. 한 남자와 여자가 노파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노파는 한 손에 작고 검은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들고 있었다. 강아지는 얌전히 노파에게 들려 있었다. 노파는 왜 먹을거리에게 상전대접을 해주냐며 악을 쓰고 있었다. 노파 옆에는 커다란 래브라도 리트리버도 있었다. 그 개는 자기 새끼가 위험한데도 가만히 있었다. 그대로 뒀다가는 노파가 강아지를 죽일 것 같았다. 나는 노파에게 당신이 무슨 권리로 그렇게 말하냐며 쏘아붙였다. 노파가 길길이 날뛰며 화를 냈다. 그러고보니 노파가 서 있는 철판은 거대한 문 같았다. 엇갈린 철판 중앙에 커다란 자물쇠가 매달려 있었다.
나는 흥분하지 않고 노파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서있던 남자가 내 어깨를 툭 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자가 자연스럽게 나를 끌고 걸어가서 얼떨결에 남자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저 노파가 자신의 어머니인데, 괜히 저러는 거니 신경쓰지 말라고, 미안하다고 했다. 남자가 내 어깨와 허리를 자연스럽게 쓰다듬어서 기분이 나빴다. 양복을 입고 있는 남자는 안경을 쓰고 있었고,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으며 인상이 좋지는 않았다. 능글맞아보였다. 나는 손을 뿌리치며 알았다고 했다. 남자는 잠시 뒤에 오겠다며 사라졌다. 그냥 가버리려고 했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여자가 몸이 아파보였다. 나는 여자를 부축했다. 여자는 미안하다고, 나는 노파의 딸이라고 말했다. 여자는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토로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자신이 아프고 불행하다 했다.
여자는 자신이 오빠가 조폭 매니저라고 했다. 오빠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자기를 성희롱하고, 곧 덮치겠다는 식으로 자신을 괴롭힌다고 했다. 나는 얼떨결에 여자를 따라 왔다. 여자가 자기 집이라고 멈춰선 곳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여자는 그 이야기를 하며 내 몸을 더듬기도 했고, 내 목을 조르기도 했다. 나는 무섭고 불쾌해서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지만 여자가 불쌍해서 도망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 여자의 행동이 점점 이상해져서 발을 옮기려 했다. 그런데 아까 사라졌던 남자가 되돌아와 있었다. 남자는 안경도 쓰지 않았고 양복도 입지 않았다. 흰 런닝셔츠만 입은 남자의 몸은 우락부락했고 쇠사슬을 감고 있었다. 남자는 어딜가냐며 기분 나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 ㅅㅂ 이놈의 오지랖이 문제야 오지랖 좀 떨지말걸, 이라고 생각했다. 여자를 뿌리치고 도망가려는데 남자가 작은 칼을 꺼내들어 위협했다. 은연 중에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걸 자각했다. 꿈이라면 아프지도 않고 내가 이길거란 생각이 들어 남자에게 덤벼 들었다. 남자가 칼을 든 손을 뻗었다. 나는 피할 수가 없어서 그것을 손으로 꽉 쥐었다. 칼이 살안으로 파고드는 감촉 사이로 피와 아픔이 스물스물 새어나왔다. 나는 무서워져서 칼을 놓은 다음, 남자를 마구 짓밟았다. 남자의 근육이 없는 곳. 사타구니나 목, 얼굴 등을 계속 밟았다. 남자가 피범벅이 되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남자는 다시 일어섰다. 몸이 멀쩡했다.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에서 깨길 간절히 바랐다.
꿈에서 깨자 뻐근함과 함께 서늘함이 느껴졌다. 자는 동안 비가 내린 탓인지 날씨가 쌀쌀했다. 나는 조금 이상한 자세로 자고 있었다.
2.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져서 적응이 안된다. 추워서 가디건을 입고 있다. 이제 가을이구나. 조금은 기쁘다.
3.
비쩍 마르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 너무 말랐다, 보기 안쓰럽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르고 싶다. 마르고 싶다고 해놓고서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있다 ㅋㅋㅋ